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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렴도 최하위 도시에서 열린 청백리 시상식을 바라보며 - 서경대학교 한기영 교수
  • 기사등록 2025-11-12 16:25:28
  • 기사수정 2025-11-12 18: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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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영(서경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


[연합포스트] 며칠 전 제49회 청백봉사상 시상식이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사에서 열렸다. 1977년 제정한 청백봉사상은 청백리(淸白吏) 자세로 지방행정에 헌신한 공직자를 선정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작 이 시상식이 열린 마포구가 국민권익위원회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청렴이 행정에서 중요한 이유는 어느덧 30여 년에 이르는 한국 지방자치 도입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직선제 도입을 통한 주민 참여 보장, 권력의 자율적 견제와 자정 작용의 핵심은 행정의 청렴도 확보이기 때문이다. 청렴도가 떨어지면 민주성, 효율성, 책임성 모두 약화 된다. 청렴이 없으면 주민은 행정을 신뢰할 수 없고, 지방자치 자체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청렴이란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이 공정하여 신뢰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정치학자 로버트 달(Robert Dahl)이 민주주의에서 시민 참여의 실질적 작동을 위해 행정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청렴이 행정 신뢰의 기반, 즉 '선의'의 영역이라면, 투명성은 주민이 그 선의를 검증하고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의 영역이다. 


일부에서는 지자체장이 권한을 위임받았으니 추진력 있고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해가는 카리스마 리더십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이는 정확하게 민주주의 가치를 폄훼하고, 지방자치 도입 취지를 반대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청렴이 투명성으로 시스템화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행정의 결과에 대한 불신을 낳을 수 있다.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청렴과 투명성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주민이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책 결정과 집행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투명성 없는 행정에서는 주민 참여가 형식적 절차로 전락하고, 권력과 자원의 사용은 불투명하며 소수 의견은 쉽게 배제된다. 결국 정책 서비스 품질 하락뿐만 아니라, 행정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고 공공자원 분배의 왜곡과 불평등의 결과를 초래한다.


최근 마포구의 상황은 청렴과 투명성이 무너질 때 지방자치가 어떻게 후퇴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마포구는 국민권익위원회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2021년 3등급에서 2024년 최하위 5등급으로 추락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유일한 5등급인 최하위로,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도 극소수인 14곳만 받은 최하위 등급이다.


현 마포구청장은 취임하자마자 불법선거운동 벌금형을 선고받고, 본인 가족이 보유한 언론사 주식의 백지신탁 결정에 불복해 항소하며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를 가벼이 여겼던 태도를 곱씹어보면 청렴도 최하위는 이미 예견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태도에만 있지 않다. 마포중앙도서관 관장은 예산 삭감에 반대하다 파면되었고, 16억이나 들인 ‘시인의 거리’ 1호 시인에 본인 이름을 버젓이 기재하며 공약사업이 주민을 위한 것이 맞는지 물음표를 남겼다. 그 밖에도 미화원과의 언쟁이나 폭우 피해 속 부적절한 SNS 게시물 등 구청의 불통 행보는 곳곳에서 구민의 원성을 자아내고 있다. 멀쩡한 가로수를 무분별하게 베어내고, ‘효과 제로’라는 비판을 받는 ‘소각 제로 가게’ 사업 또한 청렴도 최하위 마포라는 오명을 키운 사례다.


주민 체감 청렴도와 민원 만족도 역시 하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복되는 민원 불만족과 낮은 결재 정보 공개율은 행정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명백한 지표이다.


극단적인 사례가 바로 최근 열린 소나무 가로수 주민설명회다. 전문가도 주민도 고개를 가로 젓는 가로수 정책 불신을 해명하겠다며 열린 설명회는 개최일 하루 전 통보되어 주민 참여가 제한적이었고, 주민 질의 과정도 축소되었다. 주민 의견 수렴보다는 지자체장의 의지를 일방적으로 내용 전달하는 자리로 전락하며 지방자치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훼손했다. 


마포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보여주기식 선언이나 단순 지표 관리가 아니라, 청렴과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청렴도 최하위라는 오명을 벗고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청렴이라는 주춧돌을 바로 세우고 투명성이라는 시스템을 행정의 근간으로 확립해야 한다. 


물론 그 길은 쉽지 않다. 오죽하면 청백리를 두고서도 3대가 영의정 하기는 쉬워도, 1대가 청백리 하기는 어렵다고 하겠는가? 그러나 ‘존경하는 주민 여러분’이라는 수식 문구에 진심을 담아 행정의 원칙을 재정비한다면 가능하다. 정보 공개 확대, 민원 서비스 질 향상,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주민이 행정을 피부로 체감하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마포구청장이 치적을 남기고 싶다면 본인 임기를 기준으로 성급한 무리수를 거듭할 것이 아니라, 마포구 주민의 삶과 행복을 기준 삼아 대오각성해야 한다. 이제라도 빠르기보다는 바른길을 걸어가겠다는 진심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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